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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내가 고독 속에 사는 것은
덕이 있어서가 아니라 약하기 때문입니다
_ 마토에스
고대 이집트에는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찾아 사막으로 떠난 이들이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하느님을 따르는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사막은 온갖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 악마의 장소였다. 사막에서 그들은 노동하고 기도하면서 유혹에 맞서 싸웠다. 그들의 영웅적 삶은 곧 널리 알려져 이를 본받으려는 사람들이 사막으로 몰려왔다. 그러나 사막의 스승들은 가르침을 청하는 이들에게 몇 마디만 던져 줄 뿐이었다. 그들의 가르침이 구전으로 전해지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으로 한데 모였고, 이 모음집 덕분에 우리는 사막 교부들의 보석 같은 가르침과 치열했던 삶을 생생하게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선문답 같은 가르침과 극단적 고행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저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사막 교부들의 금언』에 담긴 영적 가르침을 현대인들이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고자 한다. 오랫동안 수도승 영성을 연구한 저자가 『사막 교부들의 금언』을 수없이 읽으면서 지금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가려 뽑아 해설하고 자신의 깊은 묵상을 더했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에 담긴 말씀과 해설을 주제별로 묶어 총 세 권으로 구성했다. 셋째 권, 「나를 이기는 지혜」에서는 하느님과의 관계, 영성 생활에 관한 고찰, 자기 훈련, 환대와 사랑, 죽음에 관한 말씀을 담았다. 사막 교부들은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해 때로는 극한의 상황까지 자신을 몰아세웠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지식이 아니라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느님의 지혜를 추구한 그분들의 삶은 신앙의 훌륭한 모범이 된다.
영혼에는 올바른 신앙, 혀에는 진실 그리고 육체에는 절제
사막의 교부들이 사막으로 물러난 이유는 오직 하나,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관계 맺는 것이었다. 마음의 초점을 항상 하느님께 두기 위해 쓸데없는 말로 힘을 낭비하거나 분노에 휩싸여 마음을 흩뜨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힘든 노동으로 육체를 혹사하지 않았고, 먹고 마시는 것에서도 절제하며 언제 오실지 모르는 하느님을 위해 마음의 공간을 비워 두었다.
완전한 사랑
사막에서 고독하게 금욕 수행을 한다고 해서 교부들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은 것은 아니다. 사막 교부들은 아무리 엄격한 금욕 수행을 하더라도 손님이 오면 수행을 잠시 멈추고 손님을 극진히 환대했다. 압바 아가톤은 길을 가다 낯선 곳에서 병을 얻어 고통받고 있는 여행자를 대가 없이 보살펴 주었다. 자선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사막으로 달아나라
모든 것이 풍족하고 자유로운 세상이지만 정신적·영적 갈증을 느끼고 길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안내판이 되어 줄 것이다.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따라 자기만의 사막으로 가 보기를 권한다. 고요와 침묵 그리고 온갖 유혹이 있는 그곳, 사막이 내가 진정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줄 것이다.
책 속으로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받았다고 곧바로 구원을 얻고 완덕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세례로써 완덕에 도달할 가능성이, 구원을 얻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영성 생활이나 수행 생활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은 변질되고자 영성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변모되고자 영성 생활을 하는 것이다(12쪽).
모든 그리스도인 역시 일상에서 하느님을 찾지 않고서는 결코 주님과 깊은 일치의 삶을 살 수 없다. 하느님을 찾지 않고 일상을 그냥 흘려보내는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은 당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가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간절히 찾는다면 그분께서는 분명 우리에게 당신을 드러낼 것이다(32쪽).
수도자란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자신을 포기한 사람이다. 그러나 인간 안에 내재한 본능적 욕구와 집착은 마음을 오염시킨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합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를 포기하며 살아야 한다. 포이멘 압바는 자신을 무시하면, 어디에서든지 평화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뜻을 추구하고 안락함과 편안함을 찾는다면,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더 멀어진다(124쪽).
우리 삶은 길을 걷는 여정과도 같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길을 잘 찾아야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 굽은 길과 평탄한 길, 험한 길과 오솔길 등 다양한 길을 걷는다. 그러나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세상을 향한 길을 걸을 때는 비참함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걸으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게 된다(144-145쪽).